할로윈, 어릴 때의 장난치던 어렴풋한 기억이 남아있는 날이다. 형제는 함께 방에 불을 끄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야광별을 보거나 으스스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런 사소한 장난이 전부다. 라우더에게 있어 구엘과 함께한 시간은 언제나 소중하지만, 그다지 큰 감흥을 불러일으킬만한 날은 아니란 의미다.
할로윈을 앞두고 쇼핑몰에는 커다란 과자 더미와 호박, 의상들이 잔뜩 놓여있다. 죽은 자가 돌아온 날이라고 일컬어지지만, 실상은 과자를 팔기 위한 상술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라우더는 심드렁한 얼굴로 매대를 내려다보았다. 분명 형도 이런 상술 따위에는 관심 없을 것이 분명...
"라우더 봐봐. 이거 맛있어보이지 않아?"
방금 발언은 철회다. 방금까지의 싸늘한 눈동자는 온데간데 없고 라우더는 온화하게 구엘을 바라 보았다.
"그러게. 이거는 할로윈 한정 상품인가봐. 초콜릿인데."
잭 오 랜턴 호박과 귀여운 유령이 그려진 포장지다. 분명 내용물은 이전 상품과 다를 바 없을 텐데 포장지를 바꿨다는 이유로 관심을 갖게 되다니. 유심히 과자를 살펴보는 구엘의 분홍색 앞머리가 살짝 흘러내려와 있다. 라우더는 옆의 과자를 집어 들어 이리저리 살폈다. 적어도 이 과자는 한정 호박맛 파이를 출시한 모양이었다.
"이거 사볼까?"
장바구니를 든 구엘은 아까의 초콜릿을 흔들었다. 라우더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형의 말이라면 따르는 게 동생의 미덕 아닌가.
"오, 이것도 처음 보는데. 맛있어 보이네."
"형. 지금 당장 이 쇼핑몰에 있는 할로윈 신상품을 찾아올게. 다 사서 학원으로 배송시키자."
"어엇, 라우더. 그렇게까지는...?!"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동생을 겨우 말린 구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간식과 음료가 잔뜩 든 장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평소의 쇼핑보다는 훨씬 양이 많았지만 구엘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움이 만연했다. 
"이 정도면 기숙사생들이랑 다 같이 파티하는 데 부족함이 없겠지?"
"그렇구나. 파티! 좋아. 하자!"
라우더는 그제야 납득된다는 표정으로 주먹 바닥으로 가볍게 손바닥을 톡 쳤다. 구엘은 할로윈 계획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할로윈 장식을 꾸미고, 기숙사생들을 초대하고, 과자를 먹으면서 파티를 한다. 기숙사장으로 얼마나 책임감 있고 멋진 기획인가! 라우더는 가볍게 박수를 쳤다.
"형, 나도 적극적으로 도울게. 그럼 장식을 좀 더 사는 게 좋겠어. 여기는 과자 코너니까, 3층으로 올라가서..."
불과 10분 전까지 무표정으로 머리카락을 꼬던 라우더는 싱긋 웃으며 눈을 반짝 빛냈다. 디바이스로 검색까지 하면서 열심히 할로윈 파티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을 꼬던 라우더 닐은 눈앞의 상황에 가벼운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분명 형과 계획한 할로윈 파티는 완벽했다. 기숙사생들과 친목을 다지면서 과자를 나눠먹고, 할로윈에 걸맞은 으스스한 음악도 틀어놓고 대화를 나누고, 기껏해야 보드게임을 하는 것으로 충분할 터인데! 물론 제타크 기숙사에서 구엘 제타크의 역할과 할로윈을 기획한 형의 위대함을 일장 연설하는 건 필수 코스겠지만.
기대와 달리 이곳 결투라운지에서는 할로윈을 맞아 노래방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분명 제타크 기숙사생들을 위한 파티로 시작했건만, 파티를 한다는 말을 들은 샤디크 제네리가 관심을 보이면서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그는 금발의 머리를 찰랑거리며 우리 기숙사에서도 해볼까라고 중얼거렸고, 하필 엘란 케레스도 그 말을 들었다. 모든 것에 무관심하던 얼음왕자가 아니었다. 연두색 눈동자를 희번덕거리며 재미있겠다고 소리내어 웃었다.
할로윈 파티를 한다는 소문은 모든 기숙사로 퍼졌고, 브리온 기숙사와 지구 기숙사 귀에 들어가는 것도 순식간의 문제. 그렇게 학원의 할로윈 파티로 번지게 된 셈이다. 할로윈 같은 건 관심 없다고 냉담하게 말하던 미오리네는 재미있어 보인다고 너스레를 떠는 슬레타 앞에서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뭘하면 좋을까 나온 의견 중 노래를 부르자는 의견이 나왔고, 노래방 기계를 마련해주겠다는 미오리네 렘블랑의 말에 모두가 환호했다. 왜 하필 신성한 결투가 벌어지는 결투라운지인 것이냐. 공간이 넓었고, 홀더 슬레타 머큐리의 권한 하에 이곳으로 선정되고 말았다. 작은 눈덩이가 눈밭을 굴러가 큰 스노우볼이 된 모양새다.
파티를 시작하며 당연스럽게 구엘 이야기를 시작한 라우더였지만, "아아, 이런 이야기는 관심 없거든요?"라며 냉소를 지은 세실리아는 라우더가 쥔 마이크를 빼앗아갔다. 황당해진 라우더는 어느 소파에 털썩 앉아 멍하니 먼 곳을 응시했다.
"저기, 라우더 선배님? 선배님?"
옆에서 페르시가 휘휘- 손을 내저었지만 라우더는 중얼거리며 머리카락을 꼬았다.
"형이랑 내가 어떻게 마련한 자리인데. 겨우 이런 식으로. 모든 게 샤디크 때문이었나. 아니면 수성 촌뜨기가..."
"선배님!!"
페르시가 다급하게 라우더의 어깨를 흔들었고, 때마침 구엘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지 조금 부끄러운 기색이 있었지만 열심히 노래를 불렀고, 라우더와 눈이 마주쳤다. 라우더는 홀린 듯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몇 시간 후, 파티가 끝나고 결투라운지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라우더는 기숙사 방에 누워 천장을 바라 보았다. 형과, 그리고 기숙사생들과 함께 가볍게 할로윈 파티를 즐기고 싶었던 것뿐이었는데 난데없이 큰 행사를 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형이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지만.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나야, 라우더."
라우더는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무언가를 든 구엘은 성큼 라우더의 방으로 들어섰다.
"오늘 고생했다."
"형이 더 고생했지. 나는 별로 한 게 없는데."
"아냐. 우리 기숙사끼리 파티나 하려고 했던 건데 크게 되어서 미안하다."
"미안해할 필요 없어. 형이 더 고생했는걸. 일단 들어와서 앉아."
둘은 나란히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구엘이 들고 온 봉지가 부스럭거렸다.
"형, 이건 뭐야?"
"지금부터 우리 둘끼리만 할로윈 파티를 할까 싶어서."
구엘이 꺼낸 건 과자와 음료수, 작은 호박 소품이었다. 라우더의 얼굴이 대번 밝아졌다. 쇼핑몰에서 맛있어보인다고 했던 과자와 라우더가 유심히 살폈던 과자들이었다. 귀여운 얼굴을 한 호박 랜턴에서는 빛이 났다.
원래의 계획처럼 할로윈에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도 틀고, 불을 어둡게 했다. 할로윈 분위기가 물씬 나기 시작했다.
라우더는 싱글벙글했고, 구엘은 흐뭇한 얼굴로 자세를 바꾸어 앉았다. 한정 호박맛 파이는 단 맛으로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며 과자를 먹고 있던 그때, 음료를 내려놓은 구엘이 물었다.
"어렸을 때도 이렇게 할로윈 보낸 거 기억나?"
"응. 기억해."
당연한 것을 묻는냐는 듯 라우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엘의 얼굴에 장난기가 스쳤다.
"그럼 그때처럼 해볼까?"
갑자기 이불이 풀썩 펼쳐져 머리 위에 내려 앉았다. 아까보다 어두워진 가운데 호박 랜턴이 은은하게 빛을 발한다. 이불 안에 들어가 야광별을 보며 무서운 이야기를 했던 어릴 때가 떠올랐다. 키득 웃는 형은 의젓하면서도 개구쟁이였던 때로 돌아간 듯했다. 
"과자를 먹으면서 무서운 이야기를 하자."
"좋아. 무서운 이야기라.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형."
소리 내어 웃은 라우더는 형과 나눌 즐거운 이야기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할로윈이란 건, 생각보다 즐거운 날이구나. 새로운 감정이 마음속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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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8
ななし@80e4df
와아 정말 늘 부지런하게 쓰시고 재밌구 신기한 사이트 쓰셔서 구경하는 재미가 😳😳
82:15
タ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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向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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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31 할로윈
初公開日: 2026年10月31日
最終更新日: 2026年10月31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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